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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VI 연구 놓고 맞붙은 메드트로닉-에드워즈…거센 논란

메디칼타임즈=이인복 기자경피적 대동맥 판막 치환술(TAVI)를 놓고 경쟁을 이어가고 있는 에드워즈라이프사이언스와 메드트로닉이 첫 헤드 투 헤드(Head to Head) 연구 해석을 두고 극심한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메드트로닉이 비열등성을 넘어 위험도가 크게 낮다는 결과를 내놓자 에드워즈 측은 유리한 결과를 얻어내기 위한 작위적 설계라고 맞서고 있는 것.이에 따라 과연 이번 연구 결과가 향후 점유율 등에 어떠한 영향을 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에드워즈라이프사이언시스의 사피엔과 메드트로닉의 에볼루트에 대한 헤드 투 헤드 연구가 나왔다(사진 왼쪽 사피엔, 오른쪽 에볼루트)25일 의료산업계에 따르면 이같은 갈등은 지난 4월 초 미국심장학회 연례 회의(ACC 2024)에서 메드트로닉이 해당 분아에서 최초의 헤드 투 헤드 연구를 내놓으면서 시작됐다.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 게재와 동시에 ACC에서 발표된 이 연구는 메드트로닉의 인공심장판막 플랫폼인 에볼루트(Evolut)와 에드워즈라이프사이언시스의 사피엔(SAPIEN)을 직접 비교한 결과다.전 세계 13개 국가의 83개 의료기관에서 716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되면서 발표 전 부터 학계의 주목을 받았던 연구.결과는 메드트로닉 에볼루트의 압승이었다.1년 시점 데이터 분석에서 1차 평가 변수인 인공판막 이식 후 기능 장애(BVD. Bioprosthetic Valve Dysfunction) 비율이 에볼루트는 9.4%, 에드워즈라이프사이언시스의 사피엔은 41.6%로 현격한 차이를 보였기 때문이다.또한 1년 시점에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과 심부전 등으로 인한 재입원 등의 비율도 에볼루트가 9.4%, 사피엔이 10.6%로 비열등성을 입증했다.메드트로닉 CEO인 제프 마사(Geoff Martha)는 "이번 연구가 보여주는 메시지는 매우 간결하고 간단하다"며 "모든 면에서 임상의들이 메드트로닉의 에볼루트를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하지만 이번 결과가 공개된 후 에드워즈라이프사이언시스는 즉각적으로 반발하며 신뢰하기 힘든 데이터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에드워즈측은 성명을 통해 일단 이번 임상이 FDA 승인이 이뤄지지 않은 메드트로닉의 자금 주도로 이뤄진 부분을 지적하고 있다.또한 악화의 정의가 20mmHg 이상으로 정의되는 등 논란이 불가피한 기준 설정이 이뤄졌다고 강조했다.아울러 연구 자체가 대동맥 판막 크기가 430m㎡ 이하의 환자만을 대상으로 이뤄졌으며 이로 인해 임상 참가자 중 여성 비율이 87%에 달한다는 점을 비판했다.에드워즈라이프사이언시스 에이미 하위토위츠(Amy Hytowitz) 이사는 성명을 통해 "해당 연구는 FDA 승인없이 메드트로닉이 모든 자금을 지원한 것으로 더욱이 에드워즈라이프사이언시스의 최신 제품인 사피엔3 플랫폼의 리얼월드데이터를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다"며 "사피엔3는 대동맥 판막 크기가 작은 환자에게 매우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으며 이는 리얼월드데이터가 증명한다"고 반박했다.이로 인해 과연 이번 연구가 TAVI 시술의 점유율 경쟁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가 최대의 관심사다.현재 이 시장은 에드워즈라이프사이언시스가 70% 가까이 차지하고 있으며 메드트로닉과 애보트 등의 후발주자들이 이를 따라잡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좀 더 장기 추적 연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한 일각에서는 의구심을 표하는 의견도 있다.국내 A대학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워낙 핫 한 연구인 만큼 파장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타깃으로 한 판막 크기가 한국은 물론 동양인 상당수에게 해당되는 크기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그는 이어 "다만 사피엔의 BVD가 40%가 넘는 부분은 의구심이 드는 부분"이라며 "시술 환자 절반 가량에서 기능장애가 나타난다는 의미인데 내 임상 경험에 비춰봐도 이상하고 나아가 이게 맞다면 어떻게 이런 제품이 10년 넘게 시장을 이끌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국내 B대학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피어리뷰(동료심사)를 거쳐 심지어 NEJM에 실린 논문을 의심한다면 근거중심의학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일단 결과론적으로 현 상황에 대상 환자군에서는 에볼루트가 우세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못박았다.또한 그는 "다만 1년 단위 중간 결과라는 점에서 장기적 결과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2024-04-26 05:30:00의료기기·AI
인터뷰

"근거를 보는 창 '코크란'에서 후계자를 찾습니다"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제가 끝나면 끝나는 겁니다."비장함이 느껴졌다. 그가 사라지면 말 그대로 끝난다. 최근 후계자 물색에 나선 코크란 한국 지부의 이야기다.의료진들은 대게 '코크란'이란 용어를 안다. 근거 중심의 의학(Evidence-Based Medicine, EBM)을 말하고자 할 때 '코크란 리뷰에 따르면'과 같은 말이 수식어처럼 쓰이기 때문이다. 특정 의료 행위, 약제 사용을 두고 적절한지 아닌지 판단하는 일에 잣대 역할을 한다는 것.그런데도 정작 코크란이 무슨 일을 하는 곳인지 물으면 대답할 사람은 많지 않다. 각 국가 지부 성격인 코크란 센터가 한국에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더더욱 드물다.지부 지위는 기관에게 부여하지 않는다. 사람 대 사람으로 전수하는 규율 상 견습을 통해 숙달하는 도제식 훈련이 필요하다. 후학 물색에 실패하면 "끝난다"고 표현한 건 결코 과장이나 엄살이 아니다.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최근 후계자 물색에 나선 까닭은 뭘까. 아니 그것보다 코크란은 무엇을 하는 곳이고, 어떤 비전을 가진 곳일까. 김현정 코크란 연합 한국 지부장(고려대 예방의학교실)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감기약부터 오메가3까지…"논란 해결사 역할"#아세트아미노펜이 감기로 인한 불편감에 효과가 있는지 살핀 코크란 리뷰는 코막힘이나 콧물에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 근거가 불충분하기 때문에 대규모 연구가 필요하다고 결론내렸다.#일부 진료지침에서는 감기로 인한 기침 완화에 나프록센 사용을 권고하고 있지만, 코크란 리뷰에 따르면 감기로 인한 두통, 근육통 등의 불편감에는 효과는 있었지만 호흡기 증상에는 효과가 없는 것으로 정리돼 있다.논란이 되는 의료엔 항상 코크란이 등장했다. 오메가3 효용성 논란부터 최근 신장학회의 조기 협진의 근거에도 코크란이 인용됐다. 그만큼 공신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김현정 지부장은 "의료행위는 어떤 치료, 행위를 할 것인지에 대한 끊임없는 선택의 과정"이라며 "코크란은 보다 나은 의사 결정을 위해 각종 연구를 체계적으로 문헌 고찰하고 그 근거를 종합해 의사 결정에 도움이 되도록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그는 "코크란 라이브러리에 게시된 체계적인 코크란 리뷰의 수는 약 7500건에 달한다"며 "이런 축적된 자료를 통해 근거중심의 의학을 활성화하고 여러 자료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근거를 도출해내는 능력을 키워주는 역할, 즉 교육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김현정 코크란 연합 한국 지부장은 코크란이 근거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해석, 비평할 수 있는 관점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그는 "소속 연구원이 돼 연구 주제를 선정할 때는 코크란만의 독특한 시스템을 따라야 한다"며 "코크란은 주제의 중복 연구를 막고 인력의 효율적 분배를 위해 미리 연구 주제에 대해 승인 과정을 거치게 된다"고 밝혔다.연구 주제가 승인되면 전세계 코크란 연구원들이 이를 존중하기 때문에 오히려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연구가 가능해진다. 이미 진행 중인 연구의 경우 코크란이 기존 연구자들과 연결시켜주기도 하기 때문에 보다 안정적인 환경에서 연구에 천착할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코크란은 근거를 바라보는 창"김 지부장은 "이와 같은 연구 결과를 각 나라의 언어로서 해석해 제공하는 역할도 한다"며 "코크란은 축적된 지식을 사회에 환원해야한다는 의무를 철학으로 삼기 때문에 의료인 중심의 언어가 아닌, 초등학교 5~6학년생이 읽어도 이해될 정도 쉽게 쓴다"고 말했다.그는 "이런 연구를 할 수 있으려면 어떻게 임상 등 데이터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해석할 수 있는지 체계적으로 리뷰(시스테마틱 리뷰)하는 방법론의 교육도 필요하다"며 "2007년부터 매년 2~3번씩 체계적 리뷰 워크샵을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그는 "의대 교육 과정에서 근거중심의학을 가르치지만 실제 체계적인 리뷰하는 방법론까지 알려주진 않는다"며 "의대생을 포함해 의료진들마저도 세계적인 저널에 등재됐다고 하면 무조건 믿고 보는 풍토가 있어 아쉽다"고 진단했다.에비던스를 어떻게 보고 평가할 수 있는지 비판적인 시각을 갖춰야만 맥락 사이에 감춰진 함의를 해석할 수 있다는 것.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일부 제품들이 인용하는 임상은 수 십명 수준에 불과하거나 연구 설계 자체가 부실해 근거로 활용하기에 부적절한 경우가 많다. 반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임상 결과가 있으니 믿을 수 있다고 판단하는 우를 범한다.김현정 지부장은 "어떤 약이 40명에서 효과가 확인된 것과 40만명, 400만명에게서도 똑같이 효과가 일반화될 수 있는지 여부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라며 "논문에서 결과 파트는 사실을 나열한 것이고 결론은 연구진의 주장인데 이를 혼동하는 사례도 많이 본다"고 지적했다.그는 "의료진들도 여러 연구를 종합 분석한 메타분석 결과라면 맹신하기도 하지만 여기도 허점이 많다"며 "어떤 약제의 효과에 대해 첫 연구가 나오고 이후 이를 포함한 체계적 리뷰가 나오면 똑같은 연구를 중복 인용하면서 효과에 가중치가 누적되는 효과 착시 현상이 벌어진다"고 꼬집었다.그는 "코크란은 쉽게 말해 근거를 바라보는 창"이라며 "의료진뿐 아니라 환자, 소비자 모두 데이터를 맹신하거나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풍토를 바꾸는 것이 책무이기 때문에 이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코크란 연구가 안성맞춤"이라고 덧붙였다.■"故 안형식 교수가 뿌린 EBM 씨앗, 후계자로 키워내야"한국의 EBM과 코크란 도입에 故 안형식 교수(고대의대 예방의학교실)를 빼 놓고 이야기 할 수 없다. 한국에서의 비정상적인 갑상선암 증가의 원인을 지적, 전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켰던 것이 그의 업적. 안 교수의 직속 제자 역시 김현정 지부장이었다.김 지부장은 "코크란은 영국 옥스포드에서 1991년도에 설립됐고 이를 기점으로 근거중심의학이라는 EBM이 개념이 태동하기 시작했다"며 "2002년 스승이신 안 교수가 영국으로 건너가 관련 공부를 하고 2004년부터 국내 EBM 전파에 앞장을 섰다"고 말했다.그는 "이어 2005년부터 한국에서도 코크란 지부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마침내 2009년도에 지부가 설립됐다"며 "고려대의대 근거중심의학연구소장인 안형식 교수가 코크란 연합 한국 지부장이 되면서 지금까지 고려대의대가 명맥을 유지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그는 "안 교수의 제자로 있으면서 20년간 근거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평가, 이해하기 위한 방법론을 습득할 수 있었다"며 "지난해 안 교수가 별세하면서 코크란 연합 한국 지부장을 승계하게 된 만큼 이제는 후학 양성을 고민하는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지부장 승계도 급작스러웠지만 당장 후학을 양성해야 한다는 것은 실제적인 부담으로 다가왔다. 코크란 지부 지위는 사람 대 사람으로 전승되기 때문에 당장 김 지부장의 활동이 중단된다면 사실상 코크란 한국 지부는 생명을 다하기 때문이다.김 지부장은 "안타깝지만 코크란으로 생계활동이나 연구비 지원이 있는 것은 아니어서 지식의 사회 환원이라는 책무, 철학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코크란 활동을 했으면 한다"며 "10년 이상 체계적으로 같이 활동하며 방법론을 충분히 전수하고 싶은데 아직까지 마땅한 후임자를 찾지는 못했다"고 말했다.그는 "희망적인 비전이라면 의료선진국으로 꼽히는 해외에선 코크란이 의료 결정의 등대 역할을 한다는 것으로 향후엔 국내에서도 그런 역할을 기대해 볼 수 있다"며 "국내에서 안 교수가 뿌린 EBM의 씨앗이 제대로 자리잡고 성숙하기 위해선 원활한 후계자 양성, 육성이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실제로 영국 코크란의 경우 정부의 지원을 받으며 각종 의료의 에비던스 센터 역할을 자임해왔다. 제약사의 지원을 받는 경우 무언의 압박을 받을 수 있고 이런 경우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기 어려워진다.김현정 지부장은 "근거 중심 의학이 곧 효율적인 건강보험 재정의 사용 및 분배를 담보하기 때문에 정부의 지원은 최대한의 효율을 이끌어 낼 수 최소한의 투자금과 같다"며 "국내에서도 건강보험 재정이 의료적으로 무의미하거나 비효율적인 곳에 쓰이지 않고 제대로 쓰일 수 있는 근거 창출이 지속돼야 한다"고 말했다.그는 "사회는 점진적으로 바뀌고 그 변화를 추동하는 힘에는 사람들의 인식, 철학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며 "코크란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할 수 있는지 중요한 관점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와 가치가 있기 때문에 여러 사람들이 코크란 활동에 함께 했으면 한다"고 지원을 당부했다.
2024-03-27 05:30:00학술

Chat GPT 의사 대체 가능할까…전문가들 "보조 그칠 것"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실시간 대화 기반의 대규모 인공지능(AI) 모델 ChatGPT가 미국 의사국시를 통과하면서 의료 영역에서 활용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지만 그 역할의 의사의 판단 보조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무엇보다 임상적 판단이 환자의 예후에 직결되는 만큼 최종 결정에 따르는 법적 책임을 감당할 '주체'가 필요하다는 것. 따라서 인간 의사의 판단을 도울 보조 수단으로써 활용할 가치는 있지만 의사를 대체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하긴 어렵다는 결론이다.5일 의학계에 따르면 아주대의대 병리학교실 김석휘 교수가 진행한 ChatGPT의 의사 인력 대체 가능성을 점검한 연구 논문이 대한내과학회지에 게재됐다(doi.org/10.3904/kjm.2023.98.3.99).자료사진ChatGPT는 세상에 등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미국 의사국시 및 변호사 시험에 통과하면서 사회 전반에 걸쳐 활용성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ChatGPT 이전에는 AI가 의사를 대체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다소 냉소적인 반응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분위기가 달라져 대부분의 의사들이 AI에 대한 찬사와 위협을 동시에 느끼고 있다는 게 김 교수의 판단.AI 모델을 포함해 모든 연구 모델이 실제 의료 현장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연구 가설 및 계획을 세우고, 의학연구윤리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그 적절성과 윤리성을 검토한다. 또 의료 전문가로부터 데이터를 준비하고 정제하며 연구 모델을 학습시키기 위해 데이터의 정답지를 받고, 규제 기관에서 임상시험 결과에 대한 허가를 받는 등 엄격한 과정을 거치게 된다.김 교수는 "기존에 개발되고 허가를 받아 현재 임상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는 대부분의 AI 모델은 위와 같은 단계를 모두 적합하게 수행했다"며 "이는 기존의 근거중심의학이 추구하는 바를 새로운 방법론으로 구현하는 것이라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이어 "하지만 ChatGPT와 같은 모델은 제한되지 않은 공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기에, 포함된 자료의 적절성을 감독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지 않았다"며 "예를 들어 일정 비용을 내야만 열람할 수 있는 최신 논문의 내용은 제외되고, 일반 블로그에 게시된 신뢰성이 없는 가짜 전문가의 글은 오히려 분석 모델 내의 주요 데이터로 포함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모델의 개발 과정 자체에 옳고 그름을 판단해 주는 전문가의 결정이 포함돼 있지 않은 것은 중대 위험 요소로 입력된 값에 따라 결과물이 유동적일 뿐더러 포괄적인 영역에서 전반적으로 틀리지 않는 결과물을 추구하는 ChatGPT의 특성상 이 모델에서 나온 결과물을 구체적이고 특정한 임상 적응증에 적용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는 것.인간이 수행할 수 없는 특정 업무에서 AI를 활용할 수 있지만 이 경우에도 의사의 역할과 범주를 확장해 주는 역할에 머무를 뿐 대체 개념으로 접근하긴 어렵다는 주문이 이어졌다.김 교수는 "미충족 수요가 너무 높고 의사가 수행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이라면, 해당 영역에서 AI를 활용할 수 있다"며 "예를 들어 전혈구 계산은 임상적 주요 결정에 꼭 필요하지만 사람이 세기 어렵기 때문에 기계의 힘을 빌려 정확히 셀 수 있고, 이러한 기능이 검증된다면 의사는 그 결과를 믿고 이에 기반해 결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그는 "의사가 하기 어렵지만 기계로는 빠르고 정확하게 할 수 있고, 이 결과를 의사가 점검 후 최종 판단을 하는 경우에도 해당 모델은 의사의 역할과 의료의 범주를 더 확장해 주는 것"이라며 "반면에 의사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일이고, 굳이 다른 방법론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다면 수요도가 떨어지기에 진료 현장에 들어오기 어려운 모델이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의학적 결정에 책임을 최종 결정권자가 짊어지는 의료법적 구조상 AI의 의사 대체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판단도 나왔다.김 교수는 "의사의 최종 점검없이 AI 모델의 결정에 따라 진료 방침이 결정되는 형태 역시 진료 현장에 적용되기 어렵다"며 "현재의 모든 의학적 결정의 책임은 이를 서명한 의사가 떠앉기 때문에 특정 모델이 환자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결정을 하게 되면 잘되든, 잘못되든 결정에 대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진다"고 지적했다.그는 "이러한 논거로 기존의 AI 모델 개발에서도 최종 결정을 의사가 점검할 수 있는가를 중요한 관문으로 보고 있다"며 "ChatGPT와 같은 모델도 출력한 결과물을 최종적으로 의사가 점검 및 결정하는 구조가 돼야만 의료 현장에 들어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그는 "진단 및 치료의 용도로 이용될 수 있는 AI 알고리즘에 대한 미국 FDA의 규제 또한 매우 엄격할 것으로 예상돼 전문가 집단의 정교한 설계로 개발된 모델만이 실제 환자에게 닿을 수 있을 것"이라며 "ChatGPT를 포함한 어떠한 AI 모델도 의료 현장에 실제 도입되기 위해서는 의사의 검증 및 의사에 의해 최종 확인을 받아야 하는 구조가 돼야 한다"고 결론내렸다.
2023-06-07 05:20:00학술

디지털 치료시대 개막 마중물이 수요 좌우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올해 2월 불면증 치료를 위한 최초의 디지털 치료기기가 승인되면서 '디지털 치료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임상 대기중이거나 진행중인 디지털 치료기기가 20여개에 달한다는 점, 디지털치료학회가 창립됐다는 점에서 디지털 치료 시대 개막은 기대감이 아니라 현실이라고 보는 편이 맞을 것 같다.실제로 최근 2~3년간 의학회 학술대회의 눈에 띄는 변화는 디지털치료기기, 웨어러블, AI을 주제로 한 세션의 증가다. 이는 디지털 치료기기 역시 근거중심의학의 검증 대상이 됐음을 알리는 신호탄과 같다.디지털 치료기기에 기대감을 갖는 것은 그간 처방 투약의 프로세스, 즉 환자의 의료기관 방문, 진단 및 처방, 약국 방문, 약 조제, 약품 수령, 투약과 같은 일련의 과정이 바뀔 수 있다는 것 때문이다.스마트폰 기반의 디지털 치료기기는 진단과 처방까지는 같을 수 있지만 환자가 직접 기기를 다운로드하고 치료에 대한 적극성에 따라 임상 결과가 크게 좌우되는 등 기존과는 다른 특성을 보인다.적극적인 개입 여부는 실시간으로 기록되고 이는 곧 리얼월드데이터의 축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다만 적극적인 처방과 활용은 어떤 수가 모델을 적용할 것인지에 따라 크게 좌우될 수 있어 고민이 필요하다. 현재 디지털 치료기기 업체와 학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수가 신설을 두고 논의를 거듭하고 있지만 기존 약가 시스템과는 다른 지점들이 많아 빠른 결정은 쉽지 않아 보인다.기존의 약물을 기준으로 디지털 치료제의 보험 기준을 적용할지, 개발비 원가를 어떻게 책정할지 문제가 남아있고 급여 기준 신설 이후에도 사용량에 따른 급여 기준 축소/확대 여부도 불투명하다.물리적인 생산, 유통, 소비가 필요한 약제와 달리 일단 개발 이후엔 손쉽게 복제가 가능하고 이에 따른 생산, 유통, 소비에 별도의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도 차이다.디지털 치료기기의 가능성에 주목하는 의학계와 업계 모두 당분간 생태계 조성을 위한 '마중물'을 주문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지점이다. 필요(수요)에 의해 공급이 생성되기도 하지만 공급이 신시장을 형성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애플이 만든 스마트폰은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 좋은 예다. 혁신으로 똘똘 뭉친 신개념의 폰은 그간 존재하지 않았던 어플리케이션 생태계 및 스마트폰이라는 신시장을 창출했다.디지털 치료기기는 이제 막 태동 단계다. 신개념의 공급, 적용, 활용을 위한 마중물은 디지털 치료기기의 상품성을 좌우할 생명수와 같다. 
2023-06-05 05:25:00오피니언

후배 모시기 나선 가정의학회…팀꾸려 아이디어 경연 선배들 호평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미래의 가정의학과 후배들입니다." 16일 가정의학회는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춘계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전공의 지원율 향상을 위한 가정의학회 매력 찾기 페스티벌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이 정도면 최소 몇천만 원짜리 연구 프로젝트입니다."전공의 지원율 하락에 직면한 가정의학회가 후배 모시기에 나섰다. 일차의료 활성화를 주제로 팀별 경연을 펼친 '가정의학과 매력찾기 페스티벌' 코너는 물론, '선배들과의 대화'를 통해 유능한 후배들의 눈도장을 받겠다는 것.일차의료에 일찍 노출될 수록 지원율이 올라간다는 연구에 기반해 새 코너를 기획했지만 염증성 장질환자들을 위한 솔루션 플랫폼 연구는 심사위원을 깜짝 놀래킬 정도로 완성도가 높았다는 후문.잠재력이 풍부한 후배들이 가정의학회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는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가정의학회의 인기 과 부상도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는 게 학회 관계자들의 평이다.16일 가정의학회는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춘계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전공의 지원율 향상을 위한 '가정의학회 매력찾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최했다.이근미 학술이사는 "가정의학회 매력찾기는 의과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가정의학과에 관심을 갖게 하기 위해 연구 주제를 던져주고 경연을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라며 "올해도 굉장히 많은 학생들이 지원해 5팀을 추려 실제 학회장에서 발표를 진행케 했다"고 말했다.올해 경연 팀은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한 일차의료의 활성화(김영화, 윤금주, 조아련;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 ▲일차 의료 중심 원격의료의 도입과 가정의학과의 역할(김준성, 박유진;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만성질환 관리의 숨은 히어로:<일차의료 만성질환 관리 시범사업>을 중심으로(김지환, 안준모, 이호성, 전인지; 중앙대학교 의과대학) ▲염증성 장질환 환자들을 위한 집중 솔루션 플랫폼(박승주 차의과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강원지역 효과적인 당뇨환자 관리를 위한 일차의료의 역할(황보아름 강원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이다.남가은 학술위원올해 발표 팀들은 최근 각광받는 메타버스 및 원격의료, 스마트폰 어플 솔루션을 제시해 학회 관계자들도 놀라게 했다.박승주 차의대 의전원 학생은 스마트폰 어플 및 사진 촬영를 통해 염증성 장질환 환자의 식단을 기록하고 이를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의료진의 피드백을 받는 솔루션을 발표해 호평을 얻었다.실제로 좌장을 맡은 명승권 근거중심의학위원회 이사는 해당 관리 솔루션을 두고 "학생이라고 하지만 발표 수준은 3000만원에서 5000만원짜리 연구 프로젝트에 준한다"며 "이를 고도화시켜 국가 연구과제에 지원해도 될 정도"라고 평가했다.이근미 학술이사는 "일차의료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진 것은 맞지만 일차의료의 역할, 비전에 일찍 노출될 수록 이에 대한 지원율이 올라간다는 근거가 있다"며 "학생들에게 일차의료의 관심을 환기시킬만한 가벼운 논문 정도를 기대했는데 접수된 내용들은 참신하기도 하고 특히 IT 관련 기술과의 접목을 시도해 의사 선배로서 굉장히 인상깊었다"고 밝혔다.이어 "이 세션 이후 진행되는 선배들과의 대화 시간도 유능한 후배를 모시기 위한 방안으로 마련됐다"며 "가정의학과 의사로 살아가는 선배들과의 대화를 통해 과의 비전 및 전망 등 예비 후배들의 궁금증을 해소시켜 줘 지원율이 올라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심사를 맡은 남가은 학술위원은 "최근 일차의료나 가정의학과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IT 접목을 시도한 부분들이 참신하고 본인 보다 낫다"며 "예비 의사이기에 앞서 의료적인 문제뿐 아니라 다양한 제반 기술에 대한 공부, 자료 조사를 진행, 해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한국 의료의 미래가 밝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명승권 이사는 "오늘 발표에 참여한 팀들은 다음부터는 가능하면 다른 과는 지원하시지 말고 무조건 가정의학과로 지원해달라"며 "가정의학과를 발전시킬 수 있는 신세대는 바로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한 여러분"이라고 덧붙였다.
2023-04-17 12:06:27학술

의료인력 부족 논의에서 빠진 것

메디칼타임즈=이한결 전공의(서울대병원)  소아의료체계 개선대책안에 이어 선명하게 정의 내리기 어려운 필수의료 관련 지원 대책에 이르기까지 의사 인력 부족에 초점을 맞춘 증원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는 사실을 체감하는 요즘입니다. 필수의료, 지역사회의료, 응급 의료, 일차의료… 잘 작동되지 않는 영역이 갈수록 더 많이 회자되는 날들이기도 하네요. 의료시스템이 어떤 정상적인 논의가 점진적으로 누적된 바에 따라 틀을 잡은 게 아니라 늘 정치적 합의의 산물로 때에 따라 땜질한 누더기 같은 것인지라 언제 어떤 문제가 공론화되어도 이상하진 않지만 어떤 논의는 수 년간 지속되던 것이 어떤 순간에 급속도로 분출되는 것 마냥 언론에 퍼뜨려지는 때가 있습니다. 여러 이해당사자의 이해가 맞아 떨어진 지금 이 순간이 때가 되었다고 판단하는 누군가가 적극적으로 동력을 불어넣고 있는 것이겠죠. 짧다면 짧은 만 6년의 의사생활 동안 공중보건의사로, 인턴으로, 가정의학과 전공의로 일해왔습니다. 그간 각 직역에 속해 직접 보고 듣고 읽은 바에 따르면 가정의학과 도입과 공중보건의사 도입은 건강정책적으로 같은 맥락에 놓여있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전국 의사 수 부족으로 의료취약지에서 예방접종이나 단순진료 등의 역할을 수행하는 인력으로 1979년 공중보건의사제도가 신설됐고, 지역사회에서 흔히 접하는 질병을 통합해 돌보고 질병 예방과 건강 증진에 힘쓰는 주치의 양성을 목적으로 1980년 가정의학과 전문의 제도가 도입되었죠. 그러나 2023년 현재 의사 수 증가, 정보망 및 교통의 발달 등으로 인해 의료취약지 수는 현격히 감소했고, 한국의 전문의 비율은 전 세계를 통틀어도 유례없이 높은 정도에 이르러 공중보건의사와 가정의학과 존재 의의가 다소 희석될 정도가 됐습니다. 이로서 채울 수 있는 빈틈을 어느 정도 메웠다고 생각했는데, 의사 수가 줄지도 않고 늘었음에도 여전히 인력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어떤 빈틈은 결코 채울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당면한 문제를 어떤 문제로 파악하고 있는지, 정녕 같은 문제를 문제로 여기고 있는지 확인한 다음에야 대안을 함께 이야기해볼 수 있겠습니다. "예전과 달리 힘든 필수의료과 의사를 지방 소재 병원에서 보기가 어려워졌다"는 문장을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라는 육하원칙에 따라 살펴보는 것이 현재 마주한 인력 부족의 여러 층위를 보다 명료하게 포착할 수 있도록 하는 시작점이 될 수 있겠습니다. 살펴볼까요?논란의 중심이 된 전공의 인력 부족다른 생각을 가진 사회 구성원이 공존하는 한 어떤 제도도 모든 사람들에게 공정하고 만족스러울 수 없으니, 빈틈이 없는 완전무결한 제도는 없다는 명제는 아마 참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각기 가진 것을 대조하고 비교해 차이를 따져보려는 습성이 있죠. 보건의료체계도 예외는 아닙니다. 비교제도적 관점에서 의료체계를 평가할 때 보통 보건의료 철의 삼각이라 불리우는 접근성, 질, 비용을 살펴보는데 보건복지부도 OECD 보건통계(OECD Health Statics 2021) 주요 결과를 매년 보도하고 있습니다. 특히 '국민건강 수준 및 보건의료 이용 수준은 높고 보건의료 인력규모는 낮다'는 문구를 주된 요약지로 채택하는 편입니다만, 방점은 늘 보건의료 인력 규모가 낮다는 데에 찍히고 있습니다.그 때문인지 복지부도 진료과 전공의 정원에 관여하기 시작했습니다. 각 의학회 소관이었던 전공의 TO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조정을 주문하기 시작한 건 이례적인 일입니다. 전공의 인력이 상급종합병원을 중심으로 하는 국가 보건의료체계 유지의 핵심이라는 걸 부처에서도 알아차린 것으로 풀이됩니다. 3년간 전공의 채용이 불가한 신규 개원병원을 비롯해 전공의 인력 충원이 충분치 않은 병원 내 진료과에서는 전문의 채용이 어려운 것이 현실인데다 의대 정원 증원에 반대하는 입장을 취하는 의사협회와 달리 너나할 것 없이 전공의가 부족하다고 이야기하는 의학회의 모습을 보노라면 전공의 인력 문제가 현행 체계를 지탱하는 주 요소 중 하나임을 알 수 있죠.상급종합병원 필수의료/기피과 전공의 지원률 하락, 의료체계 붕괴의 신호탄?2022년 4분기 기준 요양기관 종별 의료인력현황에 따르면 임상의사 인력은 11만2321명으로 비의료기관 보건의료기관 및 한방의원, 치과병의원에 근무하는 의사를 제외하면 10만9932명이 병의원에 근무 중입니다. 의원에 근무하는 4만8584명 중 전문의는 4만4754명으로 무려 92.1%에 달하지만 전공의의 절대 다수가 근무 중(99.2%, 1만2602명)인 종합병원 이상 수련기관의 전문의는 3만1734명으로 동 기관에 근무하는 의사 4만4674명 대비 71%에 불과합니다. 이런데도 전공의가 부족하다고 하네요. 뒤집어 생각하면 전문의가 부족한 것인데 말이죠.고로 상급종합병원 전공의 지원률 하락이 정말 의료체계 붕괴를 운운할만한 일인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에서야 의료진 충원이 어렵다지만, 수도권에서조차 전문의 충원이 전공의 노동력의 일부도 대체 또는 흡수하지 못할만큼 어렵다는 건 어딘가 다른데 문제가 있단 뜻이겠죠.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미달은 진료 중 발생하는 난점과 진료 시간/난도에 따른 보상 미비와 더불어 저출산고령화가 겹쳤으니 이상한 결과가 아닌 자연한 현상인 것처럼 보입니다. 평생을 좌우할 수 있는 선택을 두고 개인의 의사결정이 자연한 길을 따라가는 건 당연지사입니다. 헌데 이게 비단 소아과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문제입니다.현재 당면한 문제는 '노동여건 및 교육수련 환경 개선'과 '개선을 위한 제도적 여건 구축' 이라는 두 개의 큰 축을 골자로 한 변화를 합법적으로 모색하고 병원 평가 및 질 평가 지원금 등 제도적 지원 기준에 전 문의 인력 충원 정도를 포함시키는 등의 수단을 통해 수도권 및 광역시 소재 병원의 전문의 인력 충원이 가능해야 해결이 가능합니다. 다만 이 역시 모든 상급종합병원에서 같은 구동력을 가질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겠습니다.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몰려 사는 나라에서 특정 직역이 특정 지역에 뿌리내리고 살 것을 국가가 강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지역의료 살리기: 공동수련 제도 그래서일까요? 복지부는 작년부터 지속적으로 국립대병원과 지방의료원이 참여하는 전공의 공동수련 제도 도입을 추진해왔고 급기야 얼마 전 시범사업 참여기관 협약식을 진행했습니다. 전공의가 없어 병원 내 전문의가 지역 병원을 떠나는 경우도 많으니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 의료인력 확충을 위한 정책을 가동할 필요가 있다는 아이디어에는 일부 동의가 됩니다. 허나 전공의 공동수련제도인데 전공의의 목소리를 최소한으로라도 경청한 것인지 의문인 정책이 또 한 번 시행될 예정이라는 것은 상당히 유감스럽습니다. 혹자는 이에 대해 언제까지 전공의 수련의 질이 우선시 되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말씀도 하셨더라구요. 전공의 인력을 보는 시선이 이 정도인 것이지요. 지방의료원에서의 파견 수련이 일부 지역사회 친화적인 환경에서 진료 과정을 경험하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는 생각합니다. 더욱이 전공의 교육이 비단 교수 직함을 단 전문의가 있는 곳에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님을 충분히 이해하고 겪고 있습니다. 모 의료원은 부족한 인프라에도 불구하고 진료과장님께서 각종 교육을 시행하며 애써주시고 계시거든요. 그럼에도 지방의료원 수련환경 개선을 목적으로 한다는 공동수련 시범사업은 선뜻 그 진심을 헤아리기 어렵습니다.'경험상' 근로자 입장이든 피교육자 입장이든 체감상 수련기관의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는 의료원은 규모면에서나 진료건수 면에서나 손에 꼽습니다. 심지어 다수의 의료원 및 보건의료원은 공중보건의를 응급실에 배치시켜 근무하도록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더불어 수련기관 지위를 획득한 의료원은 사실상 전공의로 당직 근무를 떼우고 있구요. 물론 해당 기관에 근무 하는 진료과장님들께서 온콜로 백업하는 체계가 마련되어 있습니다만 그런다손 치더라도 병원 현장에 남겨진 것은 일선의 전공의 뿐입니다. 난망한 인력 충원을 위해 젊은 의료인력을 저가의 손쉬운 인력 수급책으로 삼는 체계를 확대 재생산하는 일련의 시도가 그저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보건의료인력 지원 없이 지탱 불가능한 전문의 중심 의료체계: PA의 등장 전공의의 수련을 위한다는 명목을 분명히 내세우더니 한편으로는 진료지원 인력으로서 PA를 양성화하고 양성하겠다고 합니다. 2022년 4분기 기준 요양기관에 근무하는 간호사는 25만2855명으로, 11만2321명의 의사인력 대비 두 배나 되네요. 그 중 상급종합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는 6만8319명(27%), 의사는 2만2683명(20.2%)으로 세 배나 되구요. 언뜻 봐도 전문의를 추가 채용하는 것보다 기존 근로 중인 간호사의 역할 변모를 꾀하는 것이 쉬워 보입니다. 물론, 정부가 손쉬운 해결책만을 택하고자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한편으로 이는 지난 20년 간 의사직역단체가 보여준 협상 전략의 부재 그리고 협상에서의 실패로 빚어진 결과이기도 하니까요.의료인력 부족 논의에서 빠진 것복잡다단하게 얽혀있는 보건의료인력 및 정책 현황 상, 새로운 정책의 도입에 따라 불가피하게 수반될 변화를 상보적으로 완충할 수 있는 정책 조합이 함께 구현되어야 할 것입니다. 위에 언급한 수도권/지역 의료인력 적정 배치를 위한 대안, 의대 정원 증가 여부, 정부 지원 여부, 입원전담전문의 정책 도입 여부 등이 있겠죠. 헌데 각자가 생각하는 패키지 조합이 영 다름을 알고 있으면서도 모르는 척 아직도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듯합니다. 근거중심의학을 외치면서도 현장 전문가의 목소리를 경시한다며 울분을 토하는 의사집단의 언행을 비웃는 분이 적지 않을 줄로 압니다만 현장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해달라는 말은 현장 일선에서 일하는 이들이 정책 결정 및 집행 과정까지의 전문성을 가졌으니 우리 목소리 좀 들으라는 의미라 기보단 현실을 몸소 겪어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달라는 아우성에 가까운 것으로 저는 이해하고 있습니다.사람은 본인이 감각하는 수준까지만 대상을 자기 세계로 편입시킬 수 있는 것 아닐까요. 시간과 자원은 한정적인 바 모든 일을 경험해볼 수 없으니 경험해보아야 비로소 알 수 있는 부분에 관해서는 선험자의 이야기를 들어달라는 얘기죠. 당대의 문제를 느끼지 못하고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해 '내 세계 밖의 일', '남의 일'로 치부하다 여기까지 온 것 같기도 하지만요.비관에 빠지기 전에, 다시 의문을 제기했던 '의료인력이 정말 부족한가?'로 돌아와봅시다. 인력 부족에만 초점을 맞춘 논의에서 무엇이 빠졌는지 보이시나요? 상급종합병원 내부 인력구조 재편과 맞물려 전공의 근로여건 개선을 꾀하면서 지역완결형 필수의료 확충을 위해 지원해야 할 대상과 방안은 무엇인가? 하는 것도 물론 좋은 질문입니다. 그러나 기저에 있는 높은 보건의료 이용 수준과, 그에 따라 머지 않아 도래할 건강보험 재정 고갈 이슈는 비교적 논의가 전혀 이루어지고 있지 않죠. 저출생 고령화에 따른 재정 문제를 가장 우려하고 있을 정부도 아직 이에 관한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구요. 과로사의 문턱을 넘나드는 과중한 업무가 부여된 상황이 항구적이라면 인력 부족 또한 변수가 아닌 상수로 취급되는 것이 당연하겠습니다만, 지금의 의료 이용량은 정말 정상적인가요? 지역사회 소아과 외래 진료나 사내 의원의 무료 진료 이용 행태를 보면 무엇이 진정 문제인지 즉각 알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마지막 연차 전공의로 근무를 개시한 지 이제 만 하루가 지났습니다. 제 앞가림 하기 바빠진 때가 되니 비극적 결말을 두고 할 수 있는게 없을지 고민하는 것도 사치라는 생각이 이따금씩 듭니다. 없는 미래 세대를 상정하고 하는 이야기에 어떤 값어치를 매길 수가 있을까요. 그럼에도 현실을 긍정해야 한다는 말에 이제는 조용히 쓴 웃음을 짓게 됩니다.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 이 말을 믿고 살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떤 일은 중도에 잘 매듭지어야만 사모하는 무언가로 남겨둘 수 있다는 것과, 사모하기를 그만두어야만 하는 일도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압니다. 생각을 거듭할수록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면 된다는 오래된 문장 대신, 모든 절이 싫은 게 아니라 특정한 절이 싫은 것이라면 절을 옮기면 되는구나, 하는 새로운 결론에 쉬이 다다르고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생은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 각자 선 자리에서의 최선을 선택하며 살아야하지 않겠습니까.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이냐에 따라 생각하는 최선이 다를 수는 있겠습니다.제도와 정책 대안을 형성할 수 있는 참여자들이 정책의 도입 목적 및 당위와 더불어 고려해야할 것은 개인이 내리는 선택이 개별적으로 합리적이면서도 집합적으로 최적인 결말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점일 겁니다. 사회 안전망을 형성하고 지속가능한 안정성을 확보하는데 원체 많은 비용이 드는 와중에 '내가 사모하는 일이 이전과 같이 사모하는 일로 남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여러모로 아름다운 결말임을 정녕 누구도 알지 못하는걸까요. 2023년 이미 온 봄날에, 우리가 같은 곳을 보며 함께 걷고 있는 것이길 바라며 우리에게도 봄이 찾아오길 꿈꿉니다.
2023-03-13 05:00:00오피니언

스타틴, 총 사망률에 영향없다? "해석 신중해야"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이상지질혈증 치료제 스타틴이 총 사망률(all-cause mortality) 저하에 기여하는지 여부를 두고 의학계의 검증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일부 연구에서 스타틴은 총 사망률 저하에 효과를 보인 반면 다른 연구에선 별반 차이가 없는 등 일관된 경향성을 나타내지 않은 것.최근 메타분석에서도 총 사망률에 미치는 절대적인 이득이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환자 개인별 중증도 상황, 합병증 여부, 팬데믹 유행 시기 등이 '노이즈'로 작용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해석에 신중을 당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자료사진콜레스테롤 농도를 낮추는 스타틴은 여러 무작위대조시험을 통해 심혈관 질환에 대한 일차 및 이차 예방 효과를 입증, 이상지질혈증을 포함한 심혈관 위험인자 관리를 위한 주요 약제로 지침에 반영된 바 있다.문제는 스타틴이 환자의 건강 결과에 다양한 경로로 영향을 줄 수 있어 심혈관 질환뿐만 아니라 암, 감염병, 신경변성 질환, 자가면역 질환 등을 대상으로 스타틴의 효과를 평가하기 위한 연구들이 진행됐으나 아직 총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이 규명되지 않았다는 점.스타틴 치료가 심혈관 위험성 저감 및 심혈관으로 인한 사망 위험 저감에 효과를 보이는 것은 맞지만, 모든 원인 사망률 위험에 미치는 영향은 2차 결과 또는 1차 복합 결과의 구성요소로 평가돼 독립적인 효과 규명에 제한이 따른다.실제로 관상상동맥 질환이 있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심바스타틴 20mg을 투약한 4S 임상은 중앙값 5.4년의 추적 관찰 기간 동안 위약군 대비 총 사망률을 30% 감소시킨 반면 심혈관 위험이 중등도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로수바스타틴 10mg의 효과를 평가한 HOPE-3 임상은 중앙값 5.6년의 추적 관찰 기간 동안 위약군 대비 총 사망률에서 차이가 없었다.작년 국제학술지 JAMA에 공개된 메타분석 역시 논란에 불을 지폈다.해당 연구는 스타틴 치료가 총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1000명이 넘는 성인을 대상으로 스타틴이 총 사망률과 심혈관 결과에 미치는 효능을 평가한 21개의 무작위대조시험을 분석했다.메타회귀분석에선 스타틴에 의한 혈중 LDL-C의 감소 정도가 총 사망률, 심근경색증 및 뇌졸중의 발생 위험에 대한 스타틴의 치료 효과 크기와 관련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이와 관련 배재현 고대안암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이달 1일 내과학회지에 발표한 '스타틴이 총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 연구를 통해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doi.org/10.3904/kjm.2023.98.1.4).배 교수는 "최근 스타틴 치료가 총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을 보다 분명하게 평가하기 위한 무작위대조시험의 체계적 문헌 고찰 및 메타분석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며 "해당 연구진은 스타틴 치료가 총 사망률을 포함한 개별 임상 결과에 미치는 절대적인 이득은 미미하며, 스타틴의 치료 효과와 혈중 LDL-C 농도 감소의 연관성 역시 확실하지 않다고 주장했다"고 설명했다.그는 "이 연구는 주로 복합 결과에 초점을 맞췄던 기존의 메타분석 연구들과 달리 총 사망률을 심근경색증 및 뇌졸중과 함께 개별적인 결과로 구분해, 스타틴이 각각에 미치는 효과를 절대위험도 감소(ARR)와 상대위험 감소(RRR)로 나눠 살폈다"며 "연구들 간 특성의 차이가 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각 연구의 추적 관찰 기간과 대조군의 사건 발생률을 보정해 메타회귀분석을 수행했다"고 말했다.이어 "임상 연구나 이를 이용한 메타분석 연구는 일반적으로 ARR과 RRR을 이용해 중재의 효과를 평가한다"며 "RRR은 치료군과 대조군 간 사건 발생률의 차이를 대조군의 사건 발생률로 나눈 값으로, 임상 시험에서 자주 사용되는 척도이지만 사건 발생률이 낮은 경우 실제보다 치료 효과의 크기를 과장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고 지적했다.ARR은 치료군과 대조군 간 사건 발생률의 절대적인 차이를 나타내는 값으로, 치료 효과를 직접적으로 보여주지만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 ARR 대신 최소 치료 환자 수(number needed to treat, NNT)를 평가에 이용하기도 한다.NNT는 ARR의 역수로, 하나의 사건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치료해야 하는 환자의 수를 의미한다. 앞선 메타분석 연구에서 총 사망률에 대한 스타틴의 NNT는 125명이었지만 ARR이나 NNT는 고정된 값이 아니며, 환자가 가지고 있는 질병 위험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적용 시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제안.배 교수는 "임상 연구에서 총 사망률이 중재의 효과를 평가하는 데 적절한 지표인가에 대해서는 다소 논란이 여지가 있다"며 "모든 질병 치료의 목표는 환자의 사망률을 줄이는 것이고 총 사망률은 보통 원인별 사망률에 비해 민감도나 특이도가 낮기 때문에, 총 사망률에만 의존해 중재의 유용성을 평가하는 경우 특정 원인이나 질환에 대한 치료 효과를 잘못 판단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그는 "총 사망률에 대한 스타틴의 치료 효과는 크게 심혈관 질환에 의한 것과 비심혈관 질환에 의한 것으로 나눌 수 있다"며 "만약 대상 집단이 죽상경화성 심혈관 질환의 고위험군이라면 스타틴 치료 시 이로 인한 심혈관 이득이 커지므로, 이들의 총 사망률의 감소는 상당 부분 심혈관 사망률의 감소에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연구 참여자가 심혈관 질환과 함께 암이나 코로나19 등 다른 질환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면, 심혈관 질환과는 별개로 이 질환들에 대한 스타틴의 효과가 환자의 총 사망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총 사망률에 대한 스타틴의 효과와 이에 대한 해석은 합병증 여부, 평가 시기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배 교수는 "스타틴 치료의 효과를 조기 사망률로 평가하는 경우 우연히 발생한 사건을 과도하게 해석할 수 있고, 장기 사망률로 평가하는 경우 다른 위험인자들의 영향을 치료 효과로 오인할 수 있다"며 "개별 연구에서 확인된 총 사망률에 대한 스타틴의 효과를 다른 집단으로 확장하거나 일반화하는 것은 외적 타당도의 측면에서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그는 "근거중심의학의 관점에서 메타분석의 결과를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환자의 개별 위험도에 따른 위험과 편익을 고려해 절대, 상대적 효과를 각각 따져 봐야 한다"며 "총 사망률에 대한 스타틴의 효과를 보다 분명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향후 다양한 집단들을 대상으로 총 사망률을 일차 연구 종말점으로 설정한 임상 연구들이 수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2023-02-06 05:10:00학술
인터뷰

"전문약 퇴출 시대에 묻지마 건기식 복용 주의해야"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임상 재평가를 통해 일부 약제들이 전문약 지위를 내려놓거나 적응증이 삭제되면서 관습적인 약제 복용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고개를 들고 있다.적법하게 허가를 받은 전문약마저 재평가에서 효능이 없는 것으로 나온 마당에 의약품이 아닌 식품 범주에 들어가는 건강기능식품(건기식)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금물이라는 것.최근 국내외에서 근거 중심을 기반으로 '묻지마 복용' 행태를 개선해야 한다는 움직임도 이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한다.인구의 고령화와 소득 수준의 향상으로 건기식 시장이 지속 확대되고 있지만 그간 의학계를 중심으로 면밀한 검증이 부족했다는 뜻이다.해외에서 건기식으로 판매되는 성분들이 국내에서 전문약의 지위를 부여받은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최근 의학계를 중심으로 근거없는 약제, 행위에 대해 제동을 건 이유는 무엇일까. 명승권 가정의학회 근거중심의학위원회 이사(국립암센터)에게 의견을 물었다.작년 가정의학회는 '현명한 선택 캠페인' 권고안을 통해 무분별한 건기식 복용에 제동을 걸은 바 있다.명승권 가정의학회 근거중심의학위원회 이사이와 관련 명 이사는 "무분별한 건기식 복용이 지속되고 있어 30개의 행태 중에 효과가 없다고 확인된 7개 항목을 추려 권고안을 만들었다"며 "권고안은 적응증이 아닌 경우 포도당, 생리식염수, 아미노산 및 비타민 등을 함유한 수액제제 주사를 금지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그는 "작년에는 7개 항목을 공개했지만 나머지 항목에 대한 검증작업도 계속 진행하고 있다"며 "근거가 없는 약제나 행위에 대해선 향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학회는 근거를 포함해 권고문 전문을 홈페이지에 게시해 소비 주체인 환자 및 행위 주체인 의사 모두의 인식도를 개선한다는 계획. 이어 영문학술지를 통해 국내에서의 권고안 개발 과정 및 권고안 내용을 알린다는 계획이다. 가정의학과 개원의들이 건기식을 수익 모델로 활용하고 있지만 학회의 결정에 표면화된 반발은 아직 없다는 점도 긍정적이다.가정의학회가 나선 건 해외 학회들의 움직임과 무관치 않다.앞서 2015년 대한의학한림원은 '현명한 선택' 캠페인을 소개한 바 있다. 이는 2012년 미국에서 시작된 캠페인으로 불필요한 진료를 줄이고 환자 권익 보호, 사회적 비용을 줄이자는 운동이다. 의료계 스스로 환자에게 불필요한 의료 행위 유발을 막자는 것.명 이사는 "현명한 선택 갬페인은 미국에서도 먼저 시작했고,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했기 때문에 가정의학회도 비슷한 취지의 캠페인에 동참한 것"이라며 "일방적으로 환자들에게만 무분별한 복용 행태를 개선하라는 것은 효과적이지 않기 때문에 회원들의 인식도 역시 개선하겠다"고 말했다.그는 "학술대회 때 불필요한 의료 행위 등 주요 권고안에 대해 리플렛을 제작, 배포해 회원들도 무엇이 적정 의료인지 아닌지 판단하게끔 하겠다"며 "해외 주요 학회, 협회, 기관마다 건기식에 대한 무분별한 복용에 경감심을 갖고 의료계가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움직임이 있다"고 설명했다.실제로 지난해 6월 미국 예방 서비스 태스크포스(USPSTF)는 심혈관질환 및 암 예방을 위한 보충제 섭취와 관련한 권고 성명을 통해 심혈관질환 및 암 예방을 위한 베타 카로틴, 비타민 E 섭취가 오히려 유해성을 높인다고 경고했다. 비타민 A, C, D, 종합 비타민, 셀레늄 등도 유익성을 평가하기 위한 양질의 연구가 불충분하다고 결론 내렸다.명 이사는 "USPSTF의 발표는 그간의 데이터를 근거를 분석해 업데이트한 내용으로 USPSTF는 10년 전부터 비타민의 무용성에 대해 계속 이야기해 왔다"며 "결론적으로 멀티 비타민이 암이나 심혈관 질환의 예방에 효과적인지 근거가 불충분하다는 것인데 국내에선 아직도 맹목적인 믿음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그는 "베타카로틴은 고위험군에서 잘못 복용하다간 폐암 위험성을 더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쓰지 말아야 하는데 국내에선 안 쓰는 것보단 낫지 않겠냐는 맹목적인 믿음이 있는 것 같다"며 "이런 인식이 만연한 데는 의학계도 일정 부분 책임 의식을 느껴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어 "최근 식약처가 연구용역과제로 건강기능식품 섭취에 따른 국민 의료비 절감 효과분석 연구를 설정했지만 이는 엉터리라고 생각한다"며 "건기식 섭취로 미약한 효과를 얻을 순 있겠지만 건기식 구입에 들어간 사회적 비용 등을 감안하면 절대 의약품 대비 비용효과적일 순 없다"고 말했다.
2023-01-21 05:30:00학술

비타민주사 등 근거의학 선포한 가정의학회 파급력은 미지수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대한가정의학회가 근거 없는 의학과의 전면전을 선포했다. 근거가 미약한 진료 및 치료를 '불필요한 것'으로 정의한 가운데 해당 범위에 의료기관에서 시행되는 다양한 행위가 포함돼 있어 실제 적용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학회는 개원가에서 흔히 이뤄지는 아미노산 및 비타민 등을 함유한 수액제제 주사 금지는 물론, 대표 건강기능식품(건기식)에 해당하는 홍삼, 유산균, 오메가3, 칼슘에도 근거가 불충분하고 선을 그었다.지난 30일 가정의학회는 서울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추계학술대회를 개최하고 근거에 기반한 양질의 진료를 제공하기 위한 권고안 7개를 공개했다.권고안 중 약제 부분만 놓고 보면 ▲임상적 근거가 불확실한 건기식 미권고 ▲감기와 같은 바이러스성 감염에 항생제를 일상적으로 사용 금지 ▲적응증이 아닌 경우 포도당, 생리식염수, 아미노산 및 비타민 등을 함유한 수액제제 주사 금지 등이다.가정의학회가 마련한 근거 중심 의학을 위한 7개 권고안선우 성 이사장은 "이번에 제정한 현명한 선택 캠페인 권고안은 1차 진료에서 심심치 않게 발생하는 불필요한 진단이나 치료를 피할 목적으로 제정됐다"며 "환자는 의사와 적극적인 대화를 통해 불필요한 의료비용의 발생을 줄이고 적절한 진료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제정의 취지를 설명했다.건기식에 대해선 홍삼, 비타민, 유산균, 오메가3, 칼슘 등에 대해 권장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정했다.근거중심의학은 무작위 비교임상시험에서 효능과 안전성이 일관되게 입증돼야만 그 유효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을 주요 원칙으로 한다.먼저 홍삼이 배제된 이유에 대해 학회는 "8개 국내 의학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해 30편의 무작위 임상을 체계적으로 문헌 고찰한 결과 전반적으로 연구 방법론적인 질적 수준이 낮고 연구 대상자 수가 적어 추가 임상이 필요하다고 결론내렸다"고 밝혔다.2022년 3월 2일 기준 홍삼으로 관련 논문이 50편 출판돼 발기부전 등 성기능, 항암보조치료, 급성 상기도감염, 간기능, 고혈압, 2형 당뇨, 알츠하이머병 등의 질병 치료에 홍삼 효능을 고찰했지만 대부분 유의한 결과를 보이지 않았고 일부 효능이 있다고 보고한 메타분석들은 개별 임상시험의 질적 수준이 낮거나 대상자 수가 수십 명 수준으로 효능 입증에 제한점이 있었다.비타민, 미네랄, 종합 비타민의 심혈관질환 및 암 예방도 근거가 빈약했다.학회는 미국질병예방서비스태스크포스(USPSTF)의 연구를 인용, "베타카로틴이나 비타민E 보충제는 심혈관질환 혹은 암 예방의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에 반대한다"며 "골절 예방을 목적으로 비타민D와 칼슘 보충제를 단독 혹은 복합해 사용함으로써 얻는 이익이나 손해의 균형을 평가할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이어 "29편의 무작위 위약 대조 임상을 분석한 결과 비타민C를 하루 200mg 이상 복용한 경우에도 감기 예방의 임상적 유의성은 없었다"며 "임상적 근거가 확립되지 않았고 질적 수준이 높은 대규모 무작위 비교임상시험을 통해 효능과 안전성이 확립되기 전까지 비타민 보충제를 권할 수 없다"고 했다.프로바이오틱스와 같은 유산균의 효능도 현재로선 증명하기 어렵다. 실제로 미국 FDA 등 주요 의료규제당국은 어떠한 종류의 프로바이오틱스 제품도 치료적 목적으로 승인하지 않고 있다.20년째 효용성 논란에 시달려온 오메가3에 대해선 하루 4g을 기준으로 권고 여부를 결정했다. 학회는 "미국심장협회는 심혈관질환의 예방을 위해 고중성지방혈증 환자에서 하루 4g의 고용량 오메가를 단독 혹은 다른 기타 지질강하제와 병합 사용을 권고한다"며 "하지만 일반 건강 성인에서 이보다 낮은 용량의 오메가3는 심혈관질환의 예방이나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근거는 불충분하기에 권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개원가에서 흔히 시행되는 비타민 수액제제 주사 금지의 배경으로는 국내외에서 진행된 영양학 관련 연구들이 근거가 됐다.2008년 국내 기업 2군데에서 모집한 사무직 직장인 147명을 대상으로 비타민  C 투약 이중맹검 무작위 임상을 진행한 결과 피로도에 있어 통계적인 차이가 없었다.브라질에서는 생리식염수 2L를 1시간에 걸쳐 정맥주사한 경우, 경구섭취한 경우를 비교했다. 정맥주사 대상군에서는 투약 1시간 후 혈장 알부민 수치, 헤모글로빈 수치 등이 현저히 감소했지만 경구섭취 대상군에선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학회는 "정상인에서 생리식염수를 주사한 경우 경구 섭취에 비해 혈장 구성과 수분 분포를 더 많이 변화시키므로 영양결핍, 감염, 수술 전후 등 상황에서 염증반응을 일으켜 부종, 혈관누출에 더 취약하게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이어 "우리나라에서는 1960년대 이후 시대 상황과 맞물려 기운이 없을 때 링겔 맞으면 좋다는 인식이 확산됐다"며 "1990년대 초반부터 지속적으로 링겔 관행이 의학적으로 타당한지 않다는 의견이 많이 나왔고 근거가 부족한 수액제제 투여에 대한 교육과 홍보가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다만 다수 의료계는 근거 불충분이라고 하더라도 많은 개원가에서 수익 및 병원운영 목적으로 처방하고 있는 만큼 파급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2022-10-04 12:12:31학술

가정의학회, '현명한 선택' 캠페인…근거없는 의료 제동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대한가정의학회가 '현명한 선택' 캠페인을 통해 항생제 남용 등 근거가 불확실한 의료에 대해 제동을 걸었다.30일 가정의학회는 서울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추계학술대회를 개최하고 근거에 기반한 양질의 진료를 제공하기 위한 권고안 7개를 공개했다.현명한 선택 캠페인은 2012년 4월 미국내과학위원회 재단의 9개 전문학회에서 불필요한 진단이나 치료 탑5 리스트를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우리나라에서는 2016년 대한민국의학한림원과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주도로 시작됐다.(왼쪽부터) 명승권 근거중심의학위원회 이사, 선우 성 이사장가정의학회는 근거중심의학위원회에서 2021년 5월부터 권고안 개발에 착수, 회원 및 상임이사의 설문을 거쳐 최종적으로 7개 권고안을 제정했다.권고안은 ▲감기와 같은 바이러스성 감염에 항생제를 일상적으로 사용 금지 ▲임상적 근거가 불확실한 건기식 미권고 ▲무증상 환자에서 암 선별검사 목적으로 PET/CT 미권고 ▲무증상 성인에서 뇌동맥류, 뇌종양, 치매 등의 선별검사 목적으로 뇌 MRI 검사 미권고다.이어 ▲무증상 성인에서 암 선별검사 목적으로 감상선 초음파 검사 미권고 ▲적응증이 아닌 경우 포도당, 생리식염수, 아미노산 및 비타민 등을 함유한 수액제제 주사 금지 ▲외래에서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당뇨 등 생활습관병을 처음 진단했을 때 우선적으로 수주 내지 수개월 동안 생활습관 개선 시행이다.선우 성 이사장은 "이번에 제정한 현명한 선택 캠페인 권고안은 1차 진료에서 심심치 않게 발생하는 불필요한 진단이나 치료를 피할 목적으로 제정됐다"며 "환자는 의사와 적극적인 대화를 통해 불필요한 의료비용의 발생을 줄이고 적절한 진료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제정의 취지를 설명했다.권고안 개발 과정을 주도한 명승권 근거중심의학위원회 이사는 "후보 권고안 30개 중 최종 권고안 7개를 정하기까지 쉽지 않았다"며 "미국, 캐나다, 호주, 영국, 일본 등 국외 가정의학회의 현명한 선택 권고안과 우리나라 상황에 필요한 권고안을 최신 문헌과 지침을 토대로 마련했다"고 말했다.그는 "7개 외에도 중요한 내용들이 있어 이번 캠페인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을 예정"이라며 "업데이트를 통해 지속적인 캠페인이 되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2022-09-30 12:08:34학술
기획

AI 진입으로 전기 맞은 신의료기술평가…"유예 제도는 기회"

메디칼타임즈=이인복 기자혁신 의료기기가 임상 현장에 보급되기 위해 넘어야 하는 두가지 산이 있다. 바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와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신의료기술평가다.유효성과 안전성, 비용효과성을 인정받기 위한 필수적인 절차지만 유독 신의료기술평가 허들 앞에서 기업들은 모두 하나 같이 깊은 한숨만 내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그 허들을 넘지 못해 골머리를 썩고 있는 기업들은 진짜 '죽음의 계곡'이 신의료기술평가라고 입을 모은다. 얼마전 혁신 의료기기 기업들이 한 자리에 모여 개선을 촉구하고 나선 이유도 여기에 있다.하지만 이에 대해 정부도 할 말이 있다. 혁신 기기들의 시장 진입을 위해 수 많은 트랙을 통해 자문과 지원을 하고 있지만 기업들이 이를 활용하지 않은 채 마음만 앞서 기회를 잃고 있다는 지적이다.의학계와 임상 현장도 마찬가지다. 실제 임상 현장에서 이를 검증하고 활용하는 입장에서 옥석의 차이가 너무 큰 만큼 필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와 일단 환자를 위해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의견이 교차한다.이러한 가운데 그동안 단 한번도 신의료기술평가 허들을 넘지 못했던 의료 인공지능(AI)이 유예 제도를 통해 임상 현장에 들어오면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의료 AI로는 최초로 비급여를 활용해 리얼월드데이터를 쌓을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 혁신 의료기기 기업들이 이번 사례를 주목하고 있는 이유다.메디칼타임즈가 신의료기술평가 유예 제도의 바람직한 정착 방향을 살펴보는 좌담회를 진행했다.그래서 메디칼타임즈는 이번 기회를 통해 신의료기술평가 제도 특히 평가 유예제도가 갖는 의미와 가능성,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이 자리에 모인 대한중환자의학회 홍상범 부회장(서울아산병원)과 뷰노 이예하 대표이사,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신의료기술평가사업본부 신채민 본부장은 유예 제도가 새로운 기회라고 입을 모아 강조하며 정착을 위해 학계와 산업계, 정부가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는데 공감했다.의료 AI가 유예 제도를 통해 제도권으로 들어오면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지만 실제로 유예 제도를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의료계와 산업계, 정부가 생각하는 의미와 취지가 궁금하다.신채민-유예 제도의 목적은 분명하다. 지금까지 신의료기술평가를 통과하지 못하면 기기와 기술을 임상에서 아예 활용할 수 있는 방법 자체가 없었던 만큼 전문가들의 자문을 바탕으로 안전성이 확보됐다고 인정되는 기기와 기술에 대해 유효성 근거가 미흡해도 비급여로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준 것이다.대한중환자의학회 홍상범 부회장올해 유예 제도 개선안이 시행됐는데 예전에는 1년 정도에 머물렀던 기간을 2년으로 늘리고 250일간의 평가 기간까지 더해 약 3년까지 쓸 수 있도록 한 것이 골자다. 말 그대로 시장에 선진입해 유효성을 쌓아가는 기회로 뷰노의 딥카스가 여기에 적용되는 케이스다.이예하-사실 지금까지 의료기기 시장이 미국이나 유럽에서 근거를 쌓은 뒤 수입되는 형태라 신의료기술평가에 어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4차 산업 혁명과 맞물려 인공지능 등 혁신 기기가 국내에서 개발되고 제조되면서 한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 임상적 근거를 쌓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결국 돈이 있어야 투자를 하며 임상 근거를 쌓고 이를 기반으로 다시 돈을 버는데 시장에 내놓을 방법이 그 수레바퀴를 돌리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정부가 유예 제도를 만들어 잠재적 가능성이 있는 기기들을 비급여로 시장에 내놓을 수 있도록 해주면서 임상 현장에서는 신기술을 미리 사용해 볼 수 있는 기회가, 기업 입장에서는 매출을 쌓으며 임상 근거를 쌓을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충분히 마중물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홍상범-정부가 유효성에 대한 접근을 다르게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두고 싶다. 근거중심의학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지만 사실 한계가 있는 부분도 있다. 중환자 영역이 대표적인 경우로 수많은 복잡한 상황들이 공존하는 만큼 지금까지 20년 동안 중환자를 돌본 나 조차도 어떤 것이 정확한 근거가 있다고 단정하기 쉽지 않다.중환자실에서는 사람이 죽고 사는 순간들이 교차하는 만큼 리얼월드데이터를 쌓겠다는 시도 자체가 사치가 된다. 가능성을 믿고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기에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는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면 유효성 데이터가 조금 부족해도 가능성을 생각해 필드(임상)으로 내보내 주는 시도가 필요하다. 유예 제도를 통해 그러한 기회가 생겼다는 점에서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신의료기술평가가 혁신 의료기기의 임상 진입에 가장 큰 허들이라는 지적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유예 제도가 과연 이를 풀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을까홍상범-실제 임상 현장에 있는 의사로서 유예 제도는 매우 좋은 시도라고 생각한다. 해외 학회에 나가보면 이 기기, 기술이 있으면 환자에게 정말 도움이 되겠다 싶은 것들이 많은데 우리나라에서 활용할 수 없어 답답해 하던 경험이 많다.보건의료연구원 신의료기술평가사업본부 신채민 본부장그런 부분에서 유예 제도는 이러한 벽과 허들을 일부 상충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딥카스 같은 경우도 임상시험을 통해 써봤지만 분명하게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다. 이러한 기술들이 데이터가 없다고 임상 현장에 들어오지 못하고 몇 년씩 서류 상태로 머물러 있는 것은 실제 임상 현장에 있는 사람으로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이예하-분명하게 그렇다고 얘기할 수 있다. 사실 뷰노를 창립하고 AI를 개발하면서 가장 많은 고민을 했던 부분이 바로 건강보험 수가 체계에 들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부분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보건의료연구원에 고마운 부분이 많은데 신의료기술평가를 받기 위해 오랜 시간과 자원이 투입되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 굉장히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줬다.이번에 마침내 비급여로 임상에 진입한 딥카스의 경우도 개발 시점부터 임상 시험 단계까지 신의료기술평가 허들을 넘기 위해 필요한 부분들을 계속해서 끌어줬다. 이를 따라가며 유예 제도를 통해 마침내 시장에 진입하는데 성공했고 3년의 시간 동안 근거를 쌓을 기회를 가졌기 때문에 무난히 평가를 통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른 기업들도 같은 길을 걷는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믿는다. 우리가 간 길을 못갈 이유가 없지 않나.신채민-사실 많은 사람들이 보건의료연구원에서 신의료기술평가만 한다고 생각하지만 평가 유예부터 혁신 의료 기술 평가, 제한적 의료기술 평가 등 굉장히 다양한 트랙을 운용하며 나아가 컨설팅 업무를 병행하고 있다. 아예 임상 시험 계획서부터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근거를 쌓도록 지원하는 루트도 있다.많은 기업들이 허들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개발한 의료기기가 어느 트랙에 적합한지에 대한 검증없이 흔히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의 컨설팅만 믿고 덜컥 지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보건의료연구원의 문을 두드려 방향성을 꼭 잡아 나갔으면 한다. 유예 제도 뿐만이 아니라 급여권으로 들어갈 수 있는 수많은 트랙이 있는데 이를 활용하지 못하고 허들로만 느끼는 것 같아 안타까울 때가 많다.사실 의료 AI는 신의료기술평가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딥카스가 유예 제도 혜택을 받으면서 반전이 일어났는데 이 부분을 가장 많이 궁금해 한다.이예하-사실 의료 AI의 경우 의료 환경에서 기기가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를 분명하게 정의한 뒤 개발에 들어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딥카스 같은 경우 AI를 통해 심정지 위험도를 예측하는 기기로 결국 새로운 '행위'를 창출한 점을 인정받았다. 지금까지 AI들은 이 부분이 빠져있는 경우가 많았다. AI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역할'과 '행위'를 하는지다.(주)뷰노 이예하 대표대부분 병동에 입원한 환자들은 간호사가 3번에서 4번 정도 간헐적으로 바이탈 사인을 체크한다. 그나마 중환자실은 전문의와 간호사들이 상주하지만 일반 병동은 의료진이 너무 많은 환자를 본다는 점에서 악화 위험을 감지하는데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딥카스가 주목한 점은 여기에 있다. 분명하게 AI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고 믿었다. AI가 가장 잘 하는 것이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것과 분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결론적으로 딥카스는 AI가 바이탈을 분석해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심정지 위험을 예측해 경고하는 과거에 없었던 '행위'를 만들어 낸 점을 인정받은 셈이다. 또한 일반 병동에서 정확하고 확실하게 심정지 위험을 감지해 의료진의 로딩과 오류를 줄일 수 있는 점을 좋게 평가받았다. 앞으로 AI를 어떻게 임상 현장에서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이정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홍상범-일단 우리나라 중환자실의 현실을 이야기해야 할 듯 하다. 코로나 사태 등으로 정부가 중환자실 병상을 크게 늘렸지만 제대로 돌아가지 못했던 이유는 병상을 늘리는 것은 쉽지만 그 곳에서 일하는 인력을 구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미 의사와 간호사가 번아웃인 상황에 병상만 늘리면 그 곳을 누가 감당하겠나.문제는 단기간에 의료진 인력을 늘릴 방법은 없다는 점이다. 결국 다른 어떤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딥카스를 매우 긍정적으로 봤던 것은 이 인력의 공백을 메워줄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사용해 본 결과 딥카스는 간호사  몇 명의 역할을 맡아 줄 수 있다. 결국 환자 바이탈 사인 체크와 심정지 예측 등의 일을 딥카스에게 맡긴다면 다른 일, 예를 들어 중환자 케어 등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기는 셈이다.신의료기술평가 유예 제도를 통해 리얼월드데이터가 쌓이며 유효성을 인정받기를 기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의료 인력 부족을 메울 수 있는 도구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또한 논문으로는 충분히 검증할 수 없는 부분들이 실제 현장에서 체감되는 부분도 있을 것으로 본다. 한가지 더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딥카스 같은 케이서는 사실상 예방의학의 부분에 가까운 만큼 이러한 기술들은 평가에서 가산점 등을 부여하는 것도 고려하면 어떨까 생각한다.신채민-의료 AI가 식약처 허가를 받은 사례는 많지만 신의료기술평가 대상에 오른 것은 딥카스가 첫 사례다. 중요한 이유는 앞서 이예하 대표의 설명처럼 현재 의료인이 할 수 없었던 영역, 새로운 정보와 행위를 만든 것이 신의료기술 평가 대상에 오르는데 중요한 지표가 됐다.딥카스는 24시간 내에 심정지를 예측하는 의료기기로 행위별 수가 코드에 지정되지 않은 완전히 새로운 의료 행위다. 그 동안 의료 AI들은 X레이를 보고 병변을 체크하거나 영상 진단을 분석하는 기능에 머물렀다. 이 행위는 기존 영상 판독료라는 코드가 존재한다. 설사 판독료가 없더라도 기존에 하던 행위를 보조하는 행위라는 점에서 인정받을 수 없다.앞으로 AI를 개발하는 기업들도 이 부분을 충분히 검토했으면 한다. 이미 개발한 제품이라도 업그레이드 등을 통해 이 부분을 보완한다면 신의료기술평가 대상으로 들어올 수 있을 것이다. 보건의료연구원에서도 이러한 혁신 기술에 대해서는 평가 보고서에 최대한 자세히 설명하면서 가능성을 많이 어필해 어떻게든 통과되도록 방법을 찾고 있다. 계속해서 강조하지만 딥카스와 같이 급여권에 들어갈 수 있는 다양한 트랙이 있는 만큼 보건의료연구원의 많은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활용했으면 한다.
2022-07-04 05:30:00의료기기·AI

의사듀오, 삭감에 지친 의사 위한 위로곡 '심평의학' 발매

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두 의사가 심평의학에 좌절한 동료들을 위로하기 위한 디지털 싱글 음원을 발표했다.27일 의료계에 따르면 삭감에 상처받는 의사의 심정을 담은 음원 '심평의학(처방하다가…)'가 지난 21일 발매됐다. 성남시의료원 이승화 가정의학과 과장과 한양대 의대에 재학 중인 최원유 선생은 의사그룹 '하우더(HowDr)'를 결성하고 각각 가족주치의, Dr. JayU로 가수명을 정했다.심평의학(처방하다가…) 커버이들의 그룹명은 둘의 이름 끝 자와 닥터의 중국어 발음을 조합해 지었다. 작곡은 Dr. JayU가 담당했으며 2008년 MBC 대학가요제에서 금상을 수상한 이력이 있다. 현재는 의사면허를 취득한 뒤 인공지능(AI)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아크릴'에서 의학 자문을 하며 음악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작사와 보컬을 맡은 가족주치의는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의무이사, 대한가정의학회 학술·교육·간행위원, 대한임상건강증진학회 홍보이사, 대한기능의학회 홍보이사, 대한금연학회 정보이사, 한국영양의학회 간행이사, 대한통합암학회 학술이사, 대한여행의학회 이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심평의학(처방하다가…)은 환자 진료와 청구, 삭감 등으로 고군분투하는 의사들의 애환을 담았다. 의사의 의학적 판단기준을 근거중심의학이 아닌 보건복지부·건강보험심사평가원 고시기준인 소위 심평의학에 맞춰야 하는 현실을 꼬집고, 이 같은 현실에 상처 받은 의사들에게 위로를 건네기 위함이라는 게 하우더의 설명이다. 하우더는 앞으로도 의사들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노래를 계속 만들어 음악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Dr. JayU와 가족주치의는 "심평의학을 따로 공부하지 않아도 검사와 처방에 지장이 없는 교과서적인 진료를 할 수 있는 현실이 오길 바란다"며 "어려운 의료 환경 속에서도 묵묵히 환자 진료에 애쓰시는 모든 의사들에게 같은 동료인 우리가 만들고 부른 본 노래가 작은 미소를 가져오고 위안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2022-06-27 12:21:19병·의원

한국형 GERD 진료 지침 마련…'P-CAB' 전진 배치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위식도 역류 질환의 진단과 치료 지침이 마련되면서 P-CAB(칼륨경쟁적 위산분비억제제)의 활용 비중에 무게가 실릴 전망이다. 기존의 PPI(PPI)와 대등하다는 연구가 축적된 데 이어 미란성 역류 질환에선 보다 우월하다는 연구들이 나오면서 관련 학회들이 P-CAB 치료제를 전진 배치했기 때문이다.대한소화기기능성질환·운동학회(KSNM)와 아시아소화관운동학회(ANMA) 운영진이 마련한 '위식도 역류 질환의 진단과 치료에 관한 진료지침'이 내과학회지 5월호에 게재됐다.이번 지침은 PPI 제제간 스위칭이나 표준 용량 두배의 PPI요법, PPI의 단점을 대부분 해결해 주목받고 있는 P-CAB 약제의 권고 수준 설정까지 총 22개에 걸친 권고안을 담고있다.위식도 역류 질환(GERD)은 위내용물의 역류로 인해 불편한 증상이 발생하거나 합병증이 동반되는 질병이다. 위식도 역류 증상이 내시경이나 식도산도검사 결과와 일치하지 않고, 검사에서 역류의 근거가 없어도 식도과민성이나 인지 과잉에서도 역류 증상이 나타나 다양한 표현형에 따른 맞춤형 치료 방법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지침은 위식도 역류 질환의 임상 표현형에 따라 맞춤형 치료 방법의 선택은 불필요한 치료를 최소화하고 제한된 의료 자원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근거중심의학 방법에 기초해 신규 직접 개발 방법(de novo) 방식으로 개발됐다.먼저 PPI를 사용한 위식도 역류 질환의 초기 치료에 대해 위식도 역류 질환의 초기 치료로 4주에서 8주의 1일 1회 표준 용량 PPI 투여가 권고된다.(근거 수준: 높음/권고 강도: 강함)위식도 역류 질환 환자에서 표준 용량의 PPI를 1일 1회 투여했을 때, 미란성 역류 질환 환자의 약 70~80%, 비미란성 역류 질환 환자의 60%에서 완전한 증상 완화를 유도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이를 권고했다.한국형 GERD 진료 지침은 P-CAB을 기존의 표준 치료제인 PPI와 대등한 효과를 지닌 약제로 제시했다. PPI와 히스타민-2 수용체길항제를 비교하면 미란성 역류 질환 환자에서 PPI 투여는 히스타민-2 수용체길항제에 비해 더 우월한 증상 조절 및 점막 치유 효과를 보였다. PPI와 히스타민-2 수용체길항제의 효과를 비교한 메타분석에서 PPI를 투여한 군에서 증상 지속의 위험도비(RR)는 히스타민-2 수용체길항제에 비해 0.67로 유의하게 낮았다.비미란성 역류 질환 환자의 경우에도 PPI가 히스타민-2 수용체길항제에 비해 역류 증상 완화에 더 효과적이다. 또 다른 연구 결과에서도 비미란성 역류 질환 환자에서 역류 증상 개선에 PPI는 히스타민-2 수용체길항제보다 더 효과적(RR 0.78)이라고 제시했다.다만 위식도 역류 질환의 20~40%의 환자들에서는 PPI 투여 시 증상 호전을 보이지 않는다. 표준 용량 PPI에 적절한 반응을 보이지 않는 위식도 역류 질환 환자의 경우 표준 용량 두 배의 PPI 사용을 제시했다.(근거 수준: 보통/권고 강도: 약함)지침은 표준 용량 두 배의 PPI와 표준 용량 PPI를 비교한 3편의 무작위 대조 연구들을 메타분석, 표준 용량 두 배의 PPI군에서 4주째 증상 소실 비율은 더 높았지만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고 8주째 증상 소실은 표준 용량 두 배의 PPI군에서 유의하게 더 높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세 개의 연구 중 한 연구에서 8주차에 내시경적 치유를 평가했으며 표준 용량 두 배의 PPI군에서 77.0%(77/100)에서 치유를 보여서 표준 용량 PPI의 58.8%(60/102)보다 유의하게 높았다.한편 근거가 희박한 다른 PPI로의 전환에 대해서도 일부 증상에 한 해 에소메프라졸을 우선순위로 뒀다.각 PPI 별로 표준 용량은 오메프라졸 20mg, 란소프라졸 30mg, 판토프라졸 40mg, 라베프라졸 20mg 및 에소메프라졸 40mg을 의미한다. 표준 용량에서 각 종류의 PPI의 치료 효능은 유사한 것으로 보이지만, 미란성 위식도 역류 질환 치료에서 에소메프라졸이 다른 종류의 PPI에 비해 약간의 이점을 보였다.지침은 15개의 무작위 대조 연구들을 메타분석한 결과 에소메프라졸 40mg이 4주 증상 완화 및 8주 내시경적 치유에서 다른 종류의 PPI보다 더 효과적이었다고 제시했다.PPI 제제의 단점을 극복한 것으로 평가받는 P-CAB에 대해선 PPI와 대등한 효과로 위식도 역류 질환의 초기 치료제로 권고했다.(근거 수준: 중등도/권고 등급: 강함)P-CAB은 양성자펌프의 칼륨 부착 부위에 경쟁적, 가역적으로 결합해 작용을 억제하는 약물로 1980년대에 처음 개발됐다. 그러나 초기의 P-CAB은 PPI보다 우월한 효과를 보여주지 못했지만 축적된 연구들이 권고 변화를 이끌었다.지침은 현재까지 진행된 3편의 무작위 비열등 연구 결과, 미란성 역류 질환에서 보노프라잔의 효과는 란소프라졸과 비교해 열등하지 않음을 보였고 최근의 메타분석에서는 보노프라잔이 라베프라졸보다 미란성 역류 질환의 치유율에서 우월한 효과를 나타냈다고 판단했다. 테고프라잔은 한국에서 개발돼 현재 미란성 역류 질환과 비미란성 역류 질환에 사용되고 있으며, 최근의 3상 연구에서는 테고프라잔이 에소메프라졸과 대등한 효과와 안정성을 나타낸 바 있다.보노프라잔과 테고프라잔을 대상으로 한 4개의 무작위 대조 연구를 메타분석한 결과 칼륨경쟁적 위산분비억제제의 8주째 미란성 역류 질환의 치유율은 PPI와 대등한 결과를 보였으며, 단기간 부작용의 발생률은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이 결과를 인용, 지침은 P-CAB의 4주째와 8주째 미란성 역류 질환의 치유율은 PPI와 대등하므로 P-CAB은 위식도 역류 질환의 초기 치료로 사용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LA 분류 C, D의 심한 미란성 역류 질환에서 보노프라잔과 PPI를 비교분석한 결과에서는 보노프라잔은 PPI보다 우월한 결과를 보였다. 테고프라잔에서는 비록 환자 수가 적어 하위그룹 분석은 없었으나, 심한 미란성 역류 질환에서 100%의 높은 치유율을 나타냈다. 지침은 이러한 결과들로 볼 때 비록 근거는 부족하지만 P-CAB이 심한 미란성 역류 질환에서 PPI보다 그 효과가 우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제시했다.
2022-05-13 05:30:00학술

증오까지 다다른 방역패스 논란, 그 끝은?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 백신 혐오주의자 대 정책 무비판자, 과학 대 비과학, 정치편향 대 진영논리까지. 방역패스를 두고 논란이 뜨겁다. 근거중심의학(Evidence-based Medicine)이 상식이 된 의학계마저 동일사안을 두고 대립각을 세운다는 건 놀랍기까지 하다. 이르면 오늘(12일) 코로나19 접종 및 음성을 증명해야 하는 방역패스 집행정지 신청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나온다. 판결에 따라 방역 정책 및 확진자의 양상이 변화될 수 있어 이를 둘러싼 관심은 서로를 헐뜯는 수준까지 달해있을 정도다. 원고측에 포진한 것은 조두형 영남의대 교수 등이다. 조 교수는 접종 시 예방 효과를 근거로 방역패스의 폐지론을 주장한다. 집단면역 달성 기준인 70%의 대국민 접종이 이뤄진 상태에서도 대다수 신규확진자가 접종자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 따라서 백신의 예방 효과가 구멍난 상태에서 사망자가 꾸준히 발생하는 접종 강제화는 실익은 커녕 사회적 해악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같은 근거가 다른 한쪽에서는 방역패스 강화론의 논리로 활용된다는 데 있다. 방역패스가 감염 억제 등의 측면에서 실제 '효과'가 있는지 여부에 대해 의사들의 시각에 따라 해석이 양극단을 달린다는 뜻이다. 방역패스 옹호론자 역시 근거로 무장하고 있다. 정재훈 감염학회 특임이사는 "백신만으로 유행을 통제하기는 어렵다"며 "유행의 규모는 백신을 통한 면역과 감염을 통해 획득한 면역의 비율이 일정 수준이 될 때까지 늘어날 수 밖에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백신 접종의 효과와 감염을 통해서 새롭게 면역을 획득한 사람이 일정 비율에 도달하게 되면 그때부터는 자연스럽게 유행의 규모가 감소하게 되기 때문에 방역패스를 통한 사실상의 접종 강제화는 필요한 수순이라는 뜻이다. 감정이 격해지면서 양측을 둔 언급도 수위가 높아졌다. A 교수는 "백신 혐오주의자들의 준동이 심하다"며 "2년동안 과학자들과 의학자들은 비과학과 싸워야했고 정치편향과 싸워야했고 안티박서들과 싸워야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상황이 이렇자 한편에선 과학 그 자체를 믿을 수 없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과학은 시대, 사회, 정치와 무관하게 동일하다는 게 상식인데 근거중식의학에서 왜 양극단에 치우친 해석 및 증오에 가까운 논란이 일어나는 것일까. 이번 방역패스로 촉발된 논란을 보면서 방역당국의 소통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느꼈다. 국민들이 지금껏 알던 '상식'은 70%의 접종률만 기록하면 집단면역이라는 마법이 생긴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간 국민들이 K-방역에 적극적이었던 것도, 집단면역이라는 목표가 있고, 그 과정까지 견딘다면 지루한 팬데믹도 끝날 수 있다는(관리가 가능하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정부가 주장하던 집단면역에 대한 아젠다는 슬그머니 사라지고 중증으로의 진행 예방 효과만 강조하고 있다. 의사들의 책임도 있다. 집단면역의 효과만 강조, 접종을 장려했을 뿐 실제 집단면역이 가능한지, 우리보다 앞서 접종을 시작한 해외사례에서의 교훈은 어떤지, 부작용 발생 가능성과 접종 효용의 편익을 어떻게 비교해야 하는지, 중증 발현이 적은 소아/청소년의 접종 편익 비교, 변이주에 대한 효과까지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설명에선 눈을 감은 측면이 적지 않다. 적어도 방역 정책의 시행에 앞서 지금과 같은 의료계의 논쟁이 선행됐더라면 어땠을까. 치열한 근거 싸움을 통해 결론이 도출됐더라면, 그 과정에서 양쪽 입장에 대한 논리 및 당위성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도가 더 높아지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어떤 결정이든 국민들의 정책 신뢰도 역시 강화되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을까. 이번 논란에선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 정부를 믿지 못하는 국민은 차치하더라도 정책 결정에 있어 의료계로부터의 폭넓은 의견 수렴, 논의 과정이 생략된채 속도전에 급급했다는 인상은 지울 수 없다. 지금까지 논란의 진행, 발달 과정을 지켜봐 왔다. 그런 의미에서 판결에 대해선 기대감보다 우려감이 앞선다. 방역패스 판결이 새로운 갈등의 시작이 아니길 빌어볼 수밖에.
2022-01-13 05:45:50오피니언

"백신 괴생물 근거 없어…가짜뉴스 막을 거버넌스 필요"

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 코로나19 백신에 괴생물체가 있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으며 이런 잘못된 정보를 막기 위해 정부·의료전문가·언론이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20일 대한의사협회 국민건강보호위원회 건강정보분과는 '건강정보 인포데믹의 문제점과 대응전략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에선 정보와 전염병의 합성어인 인포데믹(정보전염병)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뤘다. 대한의사협회 '건강정보 인포데믹의 문제점과 대응전략 마련을 위한 토론회' 참석자들의 모습. 최근 온라인 매체를 통해 확산되는 잘못된 건강정보나 코로나19 관련 악성루머가 혼란을 야기하고, 우울증 및 극단적 선택까지 초래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은 토론회 시작에 앞서 "한 산부인과 전문의가 코로나19 백신에서 괴생물체가 발견됐다고 해 국민의 공포를 유발했다"며 "다행히 의협이 윤리특별위원회 제소를 검토하고 있지만, 하얀 가운을 입고 나와 건강에 대한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하면 큰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해 국립암센터국제암대학원대학교 명승권 대학원장은 근거중심의학적 관점에서 코로나19 백신의 효과는 입증됐다고 말했다. 근거중심의학은 진료 시 기존의 결과는 물론 최신 연구를 통한 현존 최상의 근거를 기반으로 의사결정 하는 것이다. 신약은 효과와 안정성을 입증하기 위해 메타분석을 진행해야 하는 만큼 코로나19 백신 역시 이 같은 절차를 통해 출시됐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백신이 수만 건의 사례 분석을 거쳐 출시된 것에 반해 그 안에 괴생물이 있다는 주장은 사례와 근거가 빈약하다는 설명이다. 메타분석은 개별연구 결과를 종합하는 통계분석법으로 실험실·동물·환자군·임상 등의 연구를 각각 진행해 효과를 교차 검증한다. 명승권 대학원장은 인포데믹이 어떤 결과를 불어올 수 있는지와 관련해 미국 소아청소년과 의사 벤저민 스폭의 육아서적으로 40년 동안 10만 명 이상의 신생아가 죽은 사례를 꼽았다. 이 책엔 "신생아가 구토하면 질식할 수 있기 때문에 엎드려 재워야 한다"고 서술돼 있는데, 메타분석으로 검증한 결과 실제론 이 같은 방법이 오히려 신생아 돌연사증후군을 유발하는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명 대학원장은 "의료인과 언론인을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근거중심의학에 대한 개념과 이해가 부족하다"며 "우리나라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80%를 넘은 만큼 그 안에 바이러스나 세균이 있었다면 관련 증상에 대한 보고가 있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자료사진. 기사와 직접적 관계가 없습니다. 서울대학교 이철주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인포데믹 방지를 위해 국민의 신뢰도가 높은 의료인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의료인과 의료제도에 대한 신뢰도가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에 가짜정보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선 이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실제 2017년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전문직종 직업인에 대한 신뢰도를 조사한 결과 의사와 간호사가 각각 90.7%, 90.2%로 1, 2위를 기록했다. 그는 인포데믹 확산을 막기 위해 공중보건기관과 소셜미디어 기업, 언론 등이 연계한 '인포서베일런스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의료전문가가 교차 검증을 통해 정확한 정보와 전문 교육을 마련하고 언론이 이를 대중으로 잇는 도관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잘못된 건강 정보 확산을 제한하기 위해선 사회 전체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특히 전문지식과 신뢰도를 보유한 보건전문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은 정부와 의료단체의 방역지침이나 권고사항이 바뀌면서 국민의 신뢰가 떨어진 상황을 우려했다. 또 가짜정보에 대한 지속적인 검수가 필요하며 가짜뉴스 생산자를 엄벌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와 관련해 한국과학기자협회 조동찬 부회장은 "동물용 구충제인데 항암효과가 있다는 펜벤다졸 사례처럼 가짜뉴스는 대중이 받아들이기에 그럴싸한 구석이 있는 만큼 이런 정보를 생산하는 전문가를 엄중 대처해야 한다"며 "또 코로나19 백신에 괴생물이 있다는 주장 이전에 부작용 등으로 이미 대중의 저항감이 형성된 상황"이라며 이런 인식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질병관리청 이선규 만성질환예방과 과장은 "신형감염병은 제한된 정보로 대책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대응이 바뀔 수 있는 데 이 과정에서 대중의 신뢰가 깨질 수 있다고 본다"며 "다만 이런 상황에서도 국민들을 설득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의 의료전문가, 언론과 소통해 한 목소리로 국민에 다가가면 가짜뉴스 대응에 유의미할 것으로 보인다"며 "질병관리청도 국민이 정확한 정보로 적합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정보를 검수할 것"이라고 전했다.
2021-12-20 17:40:10병·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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